목소리가 쉬면 감기나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쉰 목소리가 반복되고 말을 많이 한 뒤 더 심해지거나, 평소보다 힘을 줘야 소리가 나온다면 성대결절 같은 음성질환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성대결절은 특히 목소리를 많이 쓰는 사람에게 흔하지만, 단순히 말을 많이 했다는 이유만으로 진단할 수는 없다.
성대는 후두 안에 있는 두 개의 점막 주름으로, 숨을 내쉴 때 서로 가까워지며 진동해 소리를 만든다.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장시간 말하고 노래하는 행동이 반복되면 성대가 서로 부딪히는 충격이 누적되고 특정 부위의 점막이 두꺼워질 수 있다.
성대결절은 이러한 반복적인 음성 외상과 관련해 생기는 양성 병변이다. 대개 양쪽 성대의 앞쪽과 중간 부분이 만나는 부위에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생긴다. 발에 반복적인 마찰이 가해져 굳은살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지속적인 쉰 목소리다. 목소리가 거칠거나 숨이 섞여 나오고, 높은 음을 내기 어려워지거나 말을 오래 한 뒤 쉽게 피로해질 수 있다. 목에 무엇인가 걸린 느낌이 들거나 자꾸 목을 가다듬는 사람도 있다.
성대결절과 성대용종은 비슷하게 쉰 목소리를 만들지만 같은 병변은 아니다. 결절은 반복적인 음성 사용과 관련해 양쪽에 대칭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흔한 반면, 용종은 한쪽에 생기는 경우가 많고 한 번의 심한 고함이나 급격한 음성 손상 이후 나타나기도 한다.
성대낭종이나 육아종, 성대마비 등도 비슷한 음성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목소리만 듣고 결절인지 용종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병변의 위치와 모양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감기 뒤 발생하는 급성 후두염도 목소리를 쉬게 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되지만 쉰 목소리가 수주 동안 계속되거나 반복된다면 단순 후두염으로만 보기 어렵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 진료지침에서는 음성 변화가 4주 안에 호전되지 않으면 후두를 직접 확인하도록 권고한다.
기간이 짧더라도 더 빠른 평가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흡연력이 있거나 목에 만져지는 종괴가 있고, 호흡곤란이나 숨쉴 때 거친 소리가 동반되거나 최근 머리·목·가슴 수술 또는 기관삽관을 받은 뒤 음성이 변했다면 원인을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쉰 목소리는 대부분 양성 원인으로 생기지만 후두암이나 성대마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진단의 핵심은 성대를 직접 보는 것이다. 이비인후과에서는 후두내시경을 이용해 성대의 모양과 움직임, 병변 위치를 확인한다. 필요하면 스트로보스코피를 이용해 빠르게 진동하는 성대 점막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어느 부분에서 진동이 방해받는지도 평가한다.
성대결절이 확인됐다고 바로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결절에서는 목소리를 잘못 사용하는 습관을 줄이고 성대에 가해지는 충격을 낮추는 음성치료가 우선적인 방법으로 사용된다. 음성치료에서는 호흡과 발성 방법을 조절하고 불필요하게 힘을 주거나 높은 압력으로 소리를 내는 습관을 교정한다.
며칠 동안 말을 전혀 하지 않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충분한 음성 휴식은 자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기존의 발성 습관이 그대로라면 다시 목소리를 사용하면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치료의 목적은 목소리를 영구적으로 적게 쓰는 것이 아니라 성대에 부담을 덜 주는 방식으로 바꾸는 데 있다.
속삭이는 것이 성대를 무조건 쉬게 하는 방법도 아니다. 지나치게 큰 소리뿐 아니라 극단적으로 작은 소리나 속삭임도 성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목이 쉰 상태에서는 큰 소리와 장시간 대화를 줄이고 중간중간 음성 휴식을 갖는 편이 낫다.
수분 섭취와 금연, 주변 환경 관리도 중요하다. 담배 연기는 성대를 자극하며, 소음이 심한 곳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더 큰 목소리를 사용하게 된다. 교사나 상담원, 가수처럼 목소리를 직업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상황에 따라 마이크를 활용하는 것도 성대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위산 역류가 후두와 성대를 자극해 음성 문제와 관련될 수는 있다. 하지만 쉰 목소리만 있다는 이유로 역류성 질환을 원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현재 진료지침에서도 후두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한 음성 증상만을 근거로 역류 치료제를 일률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
음성치료를 충분히 시행해도 병변이 지속되고 목소리 기능에 큰 문제가 남는 일부 환자에서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오래되고 단단해진 결절 등에서는 수술적 치료가 선택되기도 하지만 수술 자체가 잘못된 발성 습관까지 없애는 것은 아니다. 재발을 줄이려면 이후에도 음성 사용 방법을 관리해야 한다.
성대결절은 성인에게만 생기는 질환도 아니다. 평소 큰 소리로 이야기하거나 소리를 자주 지르는 어린이에서도 지속적인 쉰 목소리와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소아에서는 무조건 말을 못 하게 하기보다 생활환경과 발성 습관을 함께 살피고 연령에 맞는 음성치료를 적용하는 방식이 주로 고려된다.
성대결절에서 중요한 것은 ‘목을 많이 써서 쉬었겠지’라고 오래 넘기지 않는 것이다. 쉰 목소리가 4주 이상 호전되지 않거나 반복되고 있다면 성대를 직접 확인해 결절인지 다른 음성질환인지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인을 확인한 뒤 목소리 사용 습관을 바꾸는 것이 치료와 재발 예방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