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치료를 시작하면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부담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한 번 투여한 효과가 일주일 동안 이어지는 기저인슐린이 실제 허가 단계에 들어서면서 당뇨병 치료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6년 9월 23일 성인 제2형 당뇨병의 혈당 조절을 위한 주 1회 기저인슐린 ‘인슐린 에프시토라 알파’를 승인했다. 미국에서 성인 제2형 당뇨병에 승인된 두 번째 주 1회 인슐린이다.
기저인슐린은 식사 때 급격하게 올라가는 혈당을 직접 처리하는 식사 인슐린과 역할이 다르다. 하루 동안 지속적으로 작용하면서 간에서 만들어지는 포도당을 억제하고 공복과 식사 사이의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장시간형 기저인슐린은 하루 한 차례 투여하는 경우가 많다. 에프시토라는 작용 시간을 크게 늘려 같은 요일에 일주일에 한 번 피하주사하도록 설계됐다. 매일 주사를 기억하고 준비해야 했던 치료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가장 큰 차이다.
그렇다고 일주일에 한 번 맞는 비만·당뇨병 주사와 같은 약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세마글루타이드 같은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인크레틴 호르몬 경로를 이용하는 약물이고, 에프시토라는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 자체를 장시간 작용하도록 만든 인슐린 유사체다.
FDA 허가 근거에는 제2형 당뇨병 성인을 대상으로 한 네 건의 무작위 비교 임상시험이 포함됐다. 인슐린을 처음 시작하는 환자부터 기존에 기저인슐린을 사용하던 환자, 기저인슐린과 식사 인슐린을 함께 사용하던 환자까지 서로 다른 치료 단계가 연구됐다.
이들 연구에서는 주 1회 에프시토라와 하루 한 번 사용하는 인슐린 글라진 또는 인슐린 데글루덱을 비교했다. FDA는 네 시험에서 장기간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가 기존 일 1회 기저인슐린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인슐린을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제2형 당뇨병 환자 928명이 참여한 QWINT-2 연구에서도 이러한 결과가 확인됐다. 52주 뒤 당화혈색소는 에프시토라군에서 평균 8.21%에서 6.97%로, 데글루덱군에서는 8.24%에서 7.05%로 감소해 에프시토라의 비열등성이 확인됐다.
또 다른 QWINT-1 연구에서는 인슐린 치료 경험이 없는 제2형 당뇨병 환자 795명을 대상으로 에프시토라와 하루 한 번 글라진을 비교했다. 52주 후 두 치료군의 당화혈색소 감소 폭 역시 비슷했으며, 에프시토라가 기존 기저인슐린보다 더 우수하다기보다 투여 횟수를 줄이면서 비슷한 혈당 조절 효과를 보였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미 기저인슐린과 식사 인슐린을 함께 사용하던 환자를 대상으로 한 QWINT-4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6주 후 당화혈색소 감소 폭은 주 1회 에프시토라와 하루 한 번 글라진에서 거의 같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저혈당과 중증 저혈당을 합친 발생률에서도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주사 횟수가 줄었다고 인슐린 치료 자체가 단순해지는 것은 아니다. 인슐린은 필요량보다 많이 투여되면 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으며, 주 1회 제제는 한 번 투여한 약물이 장기간 작용하기 때문에 정확한 용량 조정과 투여 일정 관리가 중요하다.
FDA가 제시한 대표적인 이상반응에도 저혈당이 포함된다. 알레르기 반응, 주사 부위 반응, 주사 부위 지방조직 변화, 가려움, 발진, 부종, 체중 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다른 인슐린과 마찬가지로 심한 저혈당은 의식 저하나 경련 등 중대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번 허가는 성인 제2형 당뇨병을 대상으로 한다. 제1형 당뇨병에는 권고되지 않는다. FDA는 제1형 당뇨병에서 중증 저혈당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명시하고 있어 ‘주 1회 인슐린’이라는 특징만 보고 모든 인슐린 치료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2형 당뇨병에서도 진단받았다고 바로 인슐린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식사와 운동 관리뿐 아니라 메트포르민, SGLT2 억제제, GLP-1 계열 약물 등 여러 치료 선택지가 있으며, 혈당 수준과 동반질환, 저혈당 위험, 기존 치료 반응 등을 고려해 인슐린이 필요한 시점을 결정한다.
주 1회 제제가 실제 진료에서 어느 정도 편의성을 높일지도 단순한 주사 횟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매일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투여 요일을 놓쳤을 때의 대응이나 다른 인슐린에서 전환할 때의 용량 설정, 저혈당 관리처럼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
또 이번 승인은 미국 FDA 기준이다. 미국에서 허가됐다는 이유만으로 국내에서도 바로 같은 제품과 적응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허가와 출시 여부, 실제 처방 범위는 별도의 규제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
주 1회 인슐린의 의미는 기존 인슐린보다 혈당을 훨씬 더 많이 낮춘다는 데 있지 않다. 현재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핵심은 기존 일 1회 기저인슐린과 비슷한 혈당 조절을 유지하면서 주사 횟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실제 진료에서도 이러한 편의성이 장기적인 치료 지속과 혈당 관리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