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은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 수술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특정 유전자 특성을 가진 직장암 환자에서 면역항암제만으로 종양이 발견되지 않는 상태에 도달한 임상 결과가 나오면서 기존 치료 방식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6년 10월 19일 면역항암제 도스탈리맙(dostarlimab·제품명 젬퍼리)의 새로운 적응증을 가속승인했다. 이번 승인은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성인 2·3기 국소진행성 직장암 가운데 특정한 DNA 복구 기능 이상이 확인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직장암은 대장의 마지막 부분인 직장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2기는 암이 직장벽의 깊은 층이나 주변 조직까지 침범한 상태이며, 3기는 주변 림프절까지 퍼진 상태를 포함한다. 두 병기 모두 간이나 폐처럼 멀리 떨어진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4기 직장암과 구분된다.
기존에는 국소진행성 직장암에서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를 시행하고 종양의 상태에 따라 수술로 암이 발생한 부위를 제거하는 치료가 널리 사용돼 왔다. 하지만 직장 수술은 배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암의 위치와 수술 범위에 따라 영구적인 장루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번 치료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DNA 불일치 복구 기능 결핍(dMMR) 또는 고빈도 미세부수체 불안정성(MSI-H)이라는 특징이다. 정상 세포에는 DNA 복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수정하는 기능이 있는데, 일부 암세포에서는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DNA 복구 기능이 떨어진 암세포에서는 유전자 변이가 많이 축적될 수 있다. 그 결과 면역체계가 비정상적인 세포로 인식할 수 있는 단백질이 증가해 특정 면역항암제에 잘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특성은 모든 직장암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부 환자에게서 확인된다.
도스탈리맙은 면역세포 표면에 있는 PD-1 단백질을 차단하는 면역관문억제제다. 암세포는 PD-1과 관련된 신호를 이용해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데, 도스탈리맙은 이러한 억제 신호를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다.
FDA 승인 근거가 된 AZUR-1 임상시험에는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2·3기 dMMR 또는 MSI-H 직장암 환자 154명이 참여했다. 환자들은 도스탈리맙을 3주 간격으로 최대 9회 정맥 투여받았으며, 치료는 약 6개월 동안 진행됐다.
연구 결과 전체 154명 가운데 110명인 약 71%는 도스탈리맙 외에 추가적인 수술이나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를 받지 않았으며 평가 시점까지 암의 진행도 확인되지 않았다. 추적 관찰 기간의 중앙값은 26.3개월이었다. 다만 이 수치는 전체 환자의 완치율이나 완전반응률을 의미하지 않는다.
별도로 진행된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임상시험에서도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타났다. 같은 유전자 특성을 가진 직장암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도스탈리맙을 투여한 결과, 모든 환자가 임상적 완전반응에 도달했고 93%는 최소 12개월 동안 완전반응을 유지했다.
임상적 완전반응은 내시경과 자기공명영상(MRI), 진찰 등에서 암이 더 이상 확인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그러나 검사에서 종양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과 암세포가 체내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실제로 해당 연구에서 3년 이상 추적 관찰한 27명 가운데 1명은 국소 재발이 확인됐다.
따라서 치료 후 종양이 보이지 않는다고 관찰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임상시험에서는 치료 반응을 확인한 뒤 수술 없이 경과를 지켜보는 비수술적 관리 방식을 적용했으며, 내시경과 MRI 등 여러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해 재발 여부를 확인했다.
모든 환자가 도스탈리맙만으로 치료를 마친 것도 아니다. AZUR-1 연구에서는 일부 환자가 수술이나 추가적인 전신치료,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처음부터 모든 직장암 환자에게 기존 치료를 생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면역항암제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도스탈리맙 치료에서는 피로와 발진, 설사, 가려움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면역체계가 정상 조직을 공격하면서 대장염, 폐렴, 간염, 갑상샘 기능 이상 등 면역 관련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는 심각하거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번 승인은 가속승인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구분해야 한다. 가속승인은 초기 임상 근거에서 치료 이득을 기대할 수 있을 때 허가를 앞당기는 제도로, 이후 추가 연구를 통해 장기적인 임상적 이득을 확인해야 한다. 이번 연구 역시 무작위 비교시험이 아닌 단일군 연구이므로 기존 치료와 장기 생존 결과를 직접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 치료에서는 직장암의 병기와 종양 위치뿐 아니라 dMMR·MSI-H 여부를 확인하는 분자검사가 중요해졌다. 이러한 특징이 확인되지 않은 직장암에 같은 결과를 적용할 수 없으며, 미국 FDA에서 승인됐다는 사실이 국내에서도 동일한 적응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승인의 핵심은 모든 직장암에서 수술이 필요 없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분자적 특징을 가진 환자에게 면역항암제 단독치료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향후 재발률과 장기 생존율, 안전성에 관한 추가 근거가 축적된다면 직장암 치료에서도 암을 제거하는 것뿐 아니라 정상 장기의 기능을 보존하는 방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